아침에 폰을 엽니다.
오늘 할 일과 일정이 이미 정리돼 있습니다.
제가 켜서 확인한 게 아닙니다. 8시 반에 먼저 도착해 있었습니다.
제 비서가 한 일입니다.
그런데 이 비서는 사람이 아닙니다.
제가 만들었습니다. 이름은 유비서입니다.
시작은 표 하나였습니다.
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몇 개인지, 어디까지 갔는지 보는 화면.
회사에 이미 Jira가 있었습니다.
켜긴 켰습니다. 그런데 복잡해서 잘 안 봤습니다.
보려면 클릭을 몇 번 해야 하고, 화면에는 제가 안 쓰는 항목이 잔뜩 있었습니다.
그래서 제가 볼 것만 있는 화면을, 하나 만들어봤습니다.
그게 두 달 만에 여덟 개가 됐습니다

늘린 게 아닙니다.
불편한 일이 생길 때마다 화면을 하나씩 붙였습니다.
순서대로 이렇습니다.
· ① 프로젝트 표 (5월 31일) — 진행 상황을 한 줄로 보려고
· ② 할일 보드 (6월 2일) — 회사 앱과 개인 앱을 각각 열어보는 게 귀찮아서
· ③ SRT 예매 (6월 3일) — 명령어로 돌리던 예매기에 화면이 필요해서
· ④ Cron (6월 5일) — 정해진 시간에 도는 작업들을 눈으로 보고 싶어서
· ⑤ 명함관리 (6월 28일) — 명함첩에서 명함을 못 찾아서
· ⑥ 공모전 (7월 4일) — 찾기 귀찮아서 아예 안 보던 공고를 대신 모으게
· ⑦ 레퍼런스 (7월 19일) — 만들어 배포한 걸 한 군데 모아두려고
일곱 개가 되니까, 일곱 개를 한눈에 보는 화면이 또 필요해졌습니다.
· ⑧ 대시보드 (7월 25일) — 어디를 들어가봐야 하는지만 알려주는 화면
지금 사이드바에 띄워놓고 쓰는 건 이 중 여섯 개입니다.
프로젝트 표와 할일 보드는 만들어뒀지만, 화면이 복잡해져서 목록에서는 접어뒀습니다.
지운 게 아니라 접어둔 것이고, 할일은 지금도 뒤에서 동기화되고 있습니다.
제일 많이 쓰는 건 다섯 번째입니다
명함입니다.

책상에 쌓인 명함은 노트북 카메라로 찍었고,
명함첩에 꽂혀 있던 건 바인더를 넘기면서 영상으로 찍었습니다.
영상 네 개에서 265장이 한 번에 들어왔습니다.
지금 322장이 이름·회사·전화번호로 검색됩니다.
제가 타이핑한 건 없습니다. 찍으면 AI가 읽습니다.
제일 뜻밖이었던 건 여섯 번째입니다
공모전입니다.

예전엔 아예 안 봤습니다.
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라, 포털이랑 기관 사이트를 각각 뒤지는 게 귀찮았습니다.
지금은 매일 아침 알아서 모입니다.
31건이 쌓였고, 마감이 가까운 7건은 빨간 뱃지가 붙어 있습니다.
제가 검색한 횟수는 0번입니다.
"안 하던 일이 되기 시작한 것"은, 하던 일이 빨라진 것과는 또 다른 변화였습니다.
맨 앞에서 말한 그 출근입니다

네 번째로 붙인 화면이 아침 정리를 합니다.
아침 8시 30분에 개인 일정과 할일이, 평일 9시에 회사 일정과 메일이 정리돼서 옵니다.
항상 켜둔 컴퓨터가 1분마다 "지금 할 일이 있나" 확인하고, 시간이 된 작업을 AI에게 시킵니다.
예전엔 아침에 앉아서 "오늘 뭘 해야 하는지" 파악하는 데 20~30분을 썼습니다.
지금은 그 시간에 읽기만 합니다.
세 번째 화면은 예전 글의 후속입니다

전에 SRT 취소표 자동 예매기 이야기를 썼습니다.
그건 컴퓨터에 명령어를 쳐서 돌리는 것이었습니다.
잘 돌아갔지만, 문제가 하나 있었습니다.
이건 컴퓨터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 폰이 필요합니다.
폰이 USB로 연결돼 있어야 하고, 앱이 로그인된 상태로 있어야 합니다.
그 준비물 조건을 제가 금방 잊어버립니다.
그래서 화면을 붙였습니다.
준비물 체크, 순서 안내, 복사 버튼이 달린 명령어까지 화면에 넣었습니다.
이제 화면만 보고 따라 하면 됩니다.
코딩 실력이 늘어서 된 게 아닙니다

방식은 여덟 번 다 같았습니다.
· ① 불편한 일이 생깁니다
· ② "이런 화면이 필요하다"를 말로 설명합니다
· ③ AI 비서(Claude Code)가 코드를 씁니다
· ④ 브라우저에서 열어보고 고칠 곳을 알려줍니다
②~④를 몇 번 왕복하면 화면 하나가 생깁니다.
할일관리 화면은 이렇게 해서 하루 만에 붙었습니다.
칸반 화면부터 회사·개인 앱 양방향 동기화까지, 같은 날에요.
막상 써보면 뭐가 달라지냐면요
예전이라면
· 프로젝트 현황은 Jira를 켜긴 했지만 복잡해서 잘 안 봤습니다
· 회사 할일·개인 할일을 앱 두 개에서 각각 확인했습니다
· 명함은 명함첩에 쌓아두고 찾을 땐 넘겨봤습니다
· 공모전은 아예 안 봤습니다
지금은
· 화면 하나에 숫자로 정리돼 있습니다
· 할일은 한 보드에서 보고, 고치면 원래 앱에도 반영됩니다
· 명함 322장이 검색됩니다
· 공모전 31건이 마감순으로 쌓여 있습니다

이런 분들께 특히 잘 맞습니다
· 회사 도구가 무거워서 결국 안 쓰게 된 분
· "내가 볼 것만 있는 화면"이 필요한 분
· 도구를 한 번에 크게 만들 자신은 없는 분 (하나씩 붙여도 됩니다)
· 만들어놓고 준비물·순서를 금방 잊어버리는 분 (저처럼요)
한 번에 설계해서 만든 게 아닙니다.
불편할 때마다 하나씩 붙였고, 그게 두 달 만에 여덟 개가 됐습니다.
크게 계획하지 않아도 되는 게, 오히려 계속하게 된 이유였던 것 같습니다.
이번 글은 전체 소개라 각 메뉴를 짧게만 짚었습니다.
다음 글부터는 메뉴 하나씩 자세히 풀어보겠습니다. 먼저 명함 322장 이야기부터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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